[오늘의 영성읽기]
마태복음 26:47
[묵상 에세이]
“말씀하실 때” 이 다섯 글자를 가만히 믿음의 귀로 듣고 마음으로 묵상하면, 개세마네 동산의 밤과 새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하신 말씀인가를 물을 때, 우리는 어젯밤 최후의 만찬 이후 감람산으로 올라가신 예수님을 봅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철야 기도, 산기도를 하셨습니다. 다른 복음서의 증언처럼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갈급하게 기도하신 그 밤입니다.
그러나 곁의 제자들은 피곤하여 잠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오셔서 “깨어있어라” 하시며 두 번, 세 번 깨우셨지요.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쉬라, 보라 때가 가까웠다.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리라” 말씀하신 것이지요. 그때, 바로 “말씀하실 때에” 산 아래에서 새벽을 깨우는 발걸음 소리가 들여옵니다.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큰 무리”가 칼과 몽치를 들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옵니다. 올라오는 이들은 허술한 인원이 아니라 마치 특수작전을 수행하듯 치밀하게 점호하고 무장하여 새벽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긴박과 긴장의 시간 속에서, 예수님은 주저함 없이 순순히 잡혀가십니다.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시고, 말씀의 길을 끝까지 순종하시는 모습입니다.
사순절은 바로 이 길을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 시작하여 부활 전까지 40일, 교회는 ‘사순절 특세’로 새벽을 깨우며 예수님을 닮고자 애씁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닮아 사는 이들이 아니라, 믿음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새벽에 한적한 곳에 나가 기도하신 주님을 닮기 위해, 특새와 철야 기도, 산기도의 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지요. 말씀을 질문하고 새기며 순종하는 사람으로 서기 위함입니다.
저는 어제 말씀을 전하며 그동안 묵상하지 못했던 한 장면 앞에 멈추었습니다. 가룟 유다는 무리와 함께 예수님을 잡아 대제사장의 집까지 따라가, 사람들이 주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질하는 그 모욕을 자기 눈으로 보았습니다. 마지막 만찬에서 빵과 잔을 건네받고, 허리 동여 맨 주님께 발을 씻김 받은 그가, 그 광경을 본 유일한 제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후회에 사로잡힙니다. 말씀은 우리를 이렇게 흔들고 깨웁니다.
사순절의 새벽마다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지금, 주님이 “말씀하실 때에”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깨어 있는가, 잠들어 있는가. 오늘, 말씀 속에 들어가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며, 우리 자신을 내려놓아 그분의 길을 따르는 크리스천으로 살고자 합니다. 높고 영화로우신 분이 말구유에서 나셨고, 가장 비참한 십자가 형벌로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셨습니다. 그 사랑을 붙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 우리를 붙잡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